엄마의 오이지(대전 서구보건소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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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보건간호사회
- 작성일 22-06-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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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사는 요즘 날마다 시장을 둘러보며 오이값을 살피고 있다. 오이지 만들 철이 되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오이값이 너무 비싸다. 잘생긴 놈은 터무니없이 더 비싸다. 며칠 째 구경만 하고 돌아왔다. 작년 이맘때 한 접 사다가 오이지 담아 애들한테 나눠주고 너무 힘들어 “이제 그만해야지 내 나이도 이제 80이 훌쩍 넘었는데... 힘에 부치네” 했지만 때가 되니 참을 수가 없다. 애들이 다 좋아하고 여름 한 철이 제맛인 오이지를 안 하면 서운하다.
드디어 만만한 가격의 오이를 샀다. 장바구니에 싣고 기를 쓰고 끌고 와 씻은 후 항아리에 차곡차곡 넣고 소금물을 끓여 부었다. 오이 떠오르지 말라고 접시 하나 올려두고 그 위에 물 채운 통을 올려놓았다. “아이구 죽것네.. 팔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그래도 소파에 앉아 베란다 항아리를 보니 기분이 좋다.
아들딸 함께 하는 카톡방에 썼다. ‘오이지 담았으니 한 일주일 있다가 가져가. 너무 늦게 오면 안뎌, 맛없어져. 늦어도 다음 주말까지는 꼭 와서 가져가’
다음날 항아리를 열어 소금물을 찍어본다. ‘음 조금 싱거워졌네. 소금을 좀 더 넣어야겠군’
이틀 뒤 또 소금물을 찍어 먹어본다. ‘오이에서 물이 나와 또 싱거워졌군, 소금 좀 더...’
‘에구 이 소금은 애들 아부지가 사논건디... 요즘은 김장도 다 절임배추를 써서 소금도 많이 안 쓰는데 뭐할라고 세자루에 사놨나 몰라. 어디서 좋다고 하면 글케 사더니만...’하며 TV옆에 세워둔 사진을 본다.
‘오늘은 금요일, 오이지가 노랗게 익었는데 얘들이 올 것인가? 안 올 것인가? 큰아들 빼고는 다 들 전화도 없어...’ 하고 생각하던 차에 반가운 카톡소리! 얼른 전화기를 본다. ‘오이지 때문에 막내, 작은딸, 큰아들까지 합세하여 대화창도 활발해지고, 날 보러 온다고도 하고, 아무래도 죽는 날까지 오이지를 담가야 할 모양...’
난 어머니의 오이지를 전수받으려 몇 번 시도했으나 혀 감각이 어머니를 따라갈 수 없어 몇 번 실패했다. 우선 어머니의 오이지를 맛있게 무쳐 먹고, 일정한 염도를 유지하는게 관건이라 하니 주문한 염도계가 도착하면 어머니 오이지 염도를 연구해 맛있는 오이지 담그기에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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