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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보건간호사회
- 작성일 22-04-28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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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사하구보건소 김하니 주무관 부산광역시청 엄지안 건강생활팀장
부산광역시간호사회에서 주관하는【제23회 간호문학 및 간호사진 공모전】에서 사하구보건소 김하니 주무관이 간호문학 분야에서 “코로나19, 주홍글씨를 새긴 사람들” 이라는 제목으로 ‘22. 1월에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김하니 주무관은 코로나19 최 일선에서 근무하면서 14일 동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가족 및 사회와 분리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가슴에 ‘주홍글씨’가 새겨진 채 힘든 시간을 버텨 온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전 국민과 함께 해 온 기나긴 싸움이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되어 시간이 지나 웃으며 추억 할 수 있기를 바라며, 특정 누군가에게 ‘A’라는 상처의 주홍글씨를 새기는 대신 우리 모두의 가슴에 ‘A(able)’를 곱게 수놓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 부산시 건강정책과 엄지안 건강생활팀장 대통령상 수상 -
제50회 보건의 날을 맞이하여 부산시 건강정책과 엄지안 건강생활팀장이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특히, ‘20년 코로나19 감염병 발생 초에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임시격리시설을 지정 운영하는 등 감염병 대응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간호문학 분야 최우수상작 “코로나19, 주홍글씨를 새긴 사람들”
17세기, 뉴잉글랜드의 어느 교수대 위에 한 여인이 서 있다. 그녀의 가슴엔 곱게 붉은 색으로 수놓은 ‘A’가 새겨져 있었다. 뭇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수군거리기도 하고, 경멸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였으며, 도대체 상대가 누굴까 추측하며 삿대질하기도 했다.
이 글을 쓰는 오늘로써, 나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1,098번째 우리 지역의 헤스터 프린을 만났다. 전일 시행한 코로나19 PCR 검사상 ‘양성’결과를 들은 사람들, 이른바 ‘코로나19 확진자’들이다.
2020년 3월 2일, 이제 막 퍼지기 시작한 우한 폐렴에 대한 염려가 심상치 않았던 시기, 나는 이제 막 각 지역의 보건소가 유례 없는 감염병 발생으로 새로운 역할을 다하기 시작하던 때 투입된 ‘코로나19 키즈널스’였다. 임상에서 벗어나, 연장근무 없는 평일과 온전한 주말을 꿈꾸기에는 아직 일렀나보다. 행정 시스템에 막 가입하여 이런저런 권한을 채 받기 무섭게 레벨D 보호복 착용법과 인체의 비강·구강구조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곧바로 검체채취반·역학조사반·백신 접종반·이상반응 관찰반으로 편성되어 선별진료소 지원근무를 했다.
메르스, 인플루엔자도 있었지만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이 모두가 처음 맞는 상황이었다. 일반적인 질병이었다면 감염 경로부터 치료까지 대응 프로토콜이 탄탄하게 마련되어 있었겠지만, ‘코로나19’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나 치료약도 없는 신종 감염병이었다. 체계적인 대응 지침은 당연히 기대할 수 없었고, 5명에 불과했던 감염병 예방계 직원들의 희생으로 몇 달간의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살인적 업무량을 견디지 못한 전담 직원들의 병가와 휴직 의사가 속출하자, 보건소 조직은 대대적인 업무개편에 들어갔다. 대부분의 건강증진 업무가 축소된 가운데, 행정과 의료 행위가 둘 다 가능한 신규 간호직은 최우선으로 감염병 업무에 투입되었다. 6개월간의 감염병 전담팀 동원 근무동안은 자가격리자 관리, 그리고 본 업무로 돌아 온 지금도 여전히 역학조사 순번제 및 계속되는 주말 근무로 2년 가까이 ‘코로나19’와 끝나지 않는 씨름 중이다.
장기간 코로나19 상황의 일선에서 근무하면서, 나는 수많은 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들과 수화기 너머 이야기를 나눠왔다. 가족·직장·다중이용시설 등 비교적 감염 경로가 명확한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선행 확진자가 누군지도 모른 채 감염원이 불분명한 수많은 사람들. 초기 검사에서 ‘음성’결과를 받았으나 일말의 잠복 가능성을 고려해 14일간 철저히 가족 및 사회와 분리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슴에 ‘주홍글씨’가 새겨진 채 힘든 시간을 버텨온 사람들.
신천지 사태는 특정 종교를 향한 국민적인 분노로, 이태원 클럽발 집단 감염은 일부 성 소수자들에 대한 비난으로, 8·15 집회 등은 특정 단체를 향한 분노로 들끓었다. 코로나19 상황의 매 굴곡에 있는 이들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속출하는 수십명의 확진자 발생과 행정명령 이행으로 밤늦게까지 우리들을 괴롭혔던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증오’의 방향이 올바른 것인지는 한 번 되새겨보고 싶다.
처음 역학조사를 맡았던 확진자는 20대 초반의 어리고 밝은 여자아이였다. 이전에 특별한 증상이 없어서 감염 의심을 하지 못한 채 학교를 가고,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봉사활동을 하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동선 확인 및 역학조사를 맡은 나는 감염이 가능한 추정기간동안 같은 전공 및 교양수업을 수강한 학생들 수 백명에게 검사 안내 및 격리조치를 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동선이 겹치는 밀접 접촉자들을 파악하여 연락을 취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학생들 사이에서 ‘누가 확진자라더라.’라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졌고, 그들끼리 확진된 학생의 동선을 추정하여 공유하는 단체 카톡대화방도 만들어졌다. 아마도 학생은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일거수일투족이 까발려져 수많은 연락과 비난을 받는 등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렸으리라. 자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이 들었을 학생은 울음을 터뜨리며 한동안 휴대폰 전원을 꺼 놓은 채 나의 연락을 피했다.
2시간 가까이 꺼진 휴대폰으로 통화를 시도하면서, 이 학생이 생활치료센터 퇴소 후 첫 학교 수업에 참석할 때, 교수 및 학생들에게 어떤 시선을 받게 될지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거의 매번 확진자가 발생하여 자가격리 통보 및 검사 안내를 위해 접촉자들에게 전화를 드리면, 확진자의 신상을 밝히라고 윽박지르고 욕설을 퍼붓는 민원이 태반이었다. 동선 조사를 위해 현장에 방문할 때면, 의도치 않게 피해를 보게 된 가게 영업주분들의 원망과 하소연을 내내 들어야 했다. 격리조치 때문에 갑작스럽게 생계·업무에 문제가 생긴 분들도, 정부 방역지침을 준수했으나 불가피하게 손실이 발생한 자영업자분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하기에 중간에서 우리가 온갖 욕을 들어도 할 말이 없었다. 모두가 안다. 이것이 확진자들의 잘못은 아니며, 국가도 이 상황에 대해 어떤 대책이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당장의 이 분노를 표출할 희생양이 필요했고, 확진자들을 그 분노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쉬웠을 것이다.
이후로 나는 확진자의 역학조사를 맡을 때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성함이 ○○○님 맞으신가요? 보건소 직원 김하니라고 합니다.”하고 내 신분을 밝힌 뒤, 몇 월 며칠부터 어디에 방문했고, 그곳에서 뭐했냐는 질문보다 “선생님 잘못이 아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다른 사람들 걱정 말고, 지금은 본인의 치료와 회복만 신경 썼으면 좋겠다.”고 위로를 먼저 건넸다. 그게 비록 모두에게 위로가 되지 않고, 형식적으로 들릴지라도.
오늘도 새로운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이들에게 예방접종력을 확인하고 격리 통보를 하며 많은 짜증과 폭언을 들었지만, 이제 상처받거나 흥분하지 않고 초연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차라리, 어느 아파트의 누구, 어느 반의 누구, 어느 부서의 누구를 향한 원망이 나에게 향하길 바란다.
확진자들은 죄를 지은 것이 아니다. 특정 목적을 위해 거짓말하고, 사실을 은폐하여 집단감염을 일으키지 않은 이상 불특정 다수에게 비난받아야 마땅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봤자 일개 보건소 말단 직원에 불과한 나 하나는 힘이 없지만, 현재 상황에 대한 국민의 많은 목소리가 검토되었고, 작년에 비해서 한 발짝이라도 발전된 대응 체계를 갖추어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이러한 경험치가 후에 다시 맞게 될지도 모를 신종 바이러스 위기 사태에서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의 고생을 알아주세요.”라고 하소연하기에는 이미 주변에서 너무나 큰 응원을 받고 있다. 보건소로 배달되는 수많은 후원 물품과, SNS를 통해 ‘덕분에’ 챌린지를 이어가며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여 보건의료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국민들의 관심은 과분할 정도이다.
우리에게 전하는 이 마음만큼이나, 이름 대신 부산#0000번이라는 타이틀을 매고서 앰뷸런스에 탑승하여 의료기관이나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되는 확진자들의 마음을 한 번은 헤아려주길 바란다. 대부분이 자신의 건강과 회복에 대한 염려보다는,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될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 때문에 두렵고 힘든 시간을 견뎌왔을 것이다. 그들이 치료 후 다시 학교로, 직장으로, 취미생활을 하던 운동시설로, 단골 식당으로 돌아갔을 때 스스로 ‘확진자’라는 주홍글씨를 새기지 않고, 색안경 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지 않고 평범한 일상을 누리길 간절히 바란다.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범적으로 정부 방역지침과 거리 두기를 잘 따라준 국민들의 협조 및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률 증가로 11월 1일, 점진적인 일상 회복을 앞둔 시점이다. 우리 ‘코로나19 키즈널스’들은 다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멈춰버리고, 위협받았던 건강과 일상 회복을 위해 누구보다 노력할 것이다.
전 국민과 함께 해온 이 기나긴 싸움이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되어, 시간이 지나 웃으며 추억할 수 있기를. 특정 누군가에게 ‘A’라는 상처의 주홍글씨를 새기는 대신 우리 모두의 가슴에 ‘A(able)’를 곱게 수놓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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