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간호사 폭삭 속았수다!(울산 동구보건소 임효진)
페이지 정보
- 작성자 보건간호사회
- 작성일 25-03-27 16:31
- 조회 133회
- 댓글 0건
관련링크
본문
"폭싹 속았수다"는 "일하느라 수고하다"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겉으로 보기엔 '속아 넘어가다' 의미로 보이지만 속뜻은 "애쓰다. 수고했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극심했던 코로나19 시절 신규 공무원으로 입사한, 어느덧 5년 차 공무원이 된 나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라 생각한다.
누구보다 안정적이고 편안한 직장 생활을 하고 싶어 병원 간호사를 그만두고 공무원이 되었다. 하지만 "속았다."라는 말처럼 첫 출근 날부터 이해할 수 없는 인수인계와 밤 12시까지 계속되는 업무, 분노로 가득 찬 민원인들을 상대하며 면직을 고민했다.
도망치고 싶은 나를 붙잡은 건 함께 폭싹 속은 동기들과 적응하는 동안 묵묵히 곁을 지켜주며 손을 잡고 등을 토닥여 준 보건 간호사 동료들이었다. 혼자가 아니어서 외롭지 않았고, 함께라서 버틸 수 있었다.
시작과 끝이 있다는 말처럼 코로나19가 끝나고 새로운 업무를 맡기 시작했다.
암 의료비 지원사업을 하며 민원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고 왈칵 눈물을 쏟았고, 결핵 업무를 하며 꼼꼼하게 업무를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고, 서무 업무를 하며 보건소 내부 직원들과 소통하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신규 시절 "1년만 견디면 괜찮다."라는 보건 간호사 선배의 말에 폭싹 속은 나는 어느새 5년 차가 되었다. 여기저기 물어보며 업무를 해내고 있는 신규 보건 간호사들의 모습과 아직은 너무 멀게 느껴지는 노련미 넘치는 선배들을 보며 내일의 모습을 그려본다.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점점 완성해 나가는 내 자신이 되기를.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